고독에 대한 해석 (Interpretation of Solitude)

By | 6 August 2011

구석기 시대 활을 처음 발명한 자는
한밤중 고양이가 등을 곧추세우는 걸
유심히 보아두었을지 모른다

저 미지를 향해
척추에 꽂아둔 공포를 힘껏 쏘아올리는
직선의 힘을

가진 적이 많아서
잃어버린 것투성이인 울음이
가진 적이 없어서
잃어버린 것투성이인 것만 같은 울음에게
활을 겨누던 시간들이
흐른 후

19세기 베를린에 살던
부슈만 씨도
한참이나 관찰했으리라

기지개를 쫘악 펴고 일어난 길고양이는
일평생 척추에 심어준 상처로 성대가 트인다는 것을

버림받은 이가 버림받은 이에게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내밀었던
덥썩덥썩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갈 때

세상 만물이 궁수처럼 흔들림이 없고
사방 천지가 온통 과녁뿐이란 사실이
단지 참혹했을 때

그는 집에 돌아와
울음이 그칠 때까지 주름상자를 접고 접어
오로지 탄식만으로 발성하는
아코디언을 발명하게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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