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 (My Next Life)

By | 6 August 2011

서운산 숲 속에 들어왔다 비로소 내 집이다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늘이 그늘 위에 쌓여 있다
가지고 온
몇 줄기 취한 불빛을 놓아주었다 밤이 왔다

어느 나라에서나 자유는 늘 끝에 있었다

백 년의 허접쓰레기들도
하나 둘 놓아주었다
아침에는
빈 거미줄에 이슬들이 대롱거렸다

세상에는 타율이 너무 많았고 상상이 자꾸 줄어들었다
숲 밖의 바람 일부분이
숲 속으로 머리 숙여 들어왔다
때깔나무 잎새들이 지저귄다
돌이켜 보면
오래전부터 나는 문맹자의 자손이었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벗어날 수 없는 교착어의 문자지옥에 갇혀 버렸다s

내생에는 땅속 깊숙이
무슨 나무의 뿌리 한 가지이리라
말 없는 홀어미의 송장과
몇몇 고아의 가마니 덮인 새 송장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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